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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국은 수능에 밀려 뒷전…해외선 수학만큼 중요해 난리 난 '이것'


AI 전사 키우자

(2) 턱없이 모자란 'AI교육 시간'


美 100시간 vs 韓 17시간…갈길 먼 초등 AI교육


정부, IT수업 두배 늘리겠다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



< 백신중 1학년 “코딩 더 배우고 싶어요” > 경기 고양시 백신중에서 지난 23일 학생들이 정보 수업을 듣고 있다. 코딩 프로그램 '스크래치'를 통해 기초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이 수업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1학년만 1주일에 두 시간 들을 수 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전 세계 학생들은 요즘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열공’ 중이다. 미국 영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신흥국 학생도 국어·영어·수학에 맞먹을 만큼 AI·SW 교육을 받는다.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해 각국이 앞다퉈 교육 시간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초등학생의 AI·SW 교육은 한 달 1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일부 학부모와 학생들이 코딩학원을 찾지만, 그나마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그만둔다. 수학능력시험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선진국’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열악한 현실은 통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프트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교 정보교육 시간은 17시간에 불과하다. 미국(캘리포니아주)은 100시간, 영국 204시간, 호주는 256시간에 달한다. 중학교의 경우 한국은 34시간인데 영국(102시간), 이스라엘(110시간), 미국(135시간) 등은 100시간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도 55시간을 가르친다. 지난 8월 교육부가 뒤늦게 2025년부터 정보 수업 시간을 현행보다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이조차 주요국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 주요 선진국은 수년 전부터 디지털 리터러시와 컴퓨팅 사고력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기 시작했다”며 “미래 세대가 초·중등 단계부터 SW·AI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결단과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맛만 보다 끝나는 '초·중 AI교육'…고교 땐 수능에 밀려 뒷전으로 韓 중학교 34시간만 필수 배정…호주·이스라엘은 100~200시간


지난 23일 경기 고양시 백신중. 정보교과 수업을 받기 위해 1학년 학생 26명이 실습실에 모였다. 학생들은 먼저 컴퓨팅 사고력 국제대회인 ‘비버챌린지’ 기출 문제를 풀었다. 놀이하듯 퍼즐 문제를 푼 뒤 컴퓨터를 켜고 코딩프로그램 ‘스크래치’를 활용해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했다. 명령어에 따라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다 보니 45분이 훌쩍 지나갔다. 최서현 군은 “코딩은 중학교 와서 처음 해봤는데 선생님이 차근차근 단계를 알려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며 “정보 수업을 1주일에 두 번밖에 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고학력 학부모들 “정보 수업 늘려달라”


수업을 마친 정웅열 정보교사는 “정보교육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1학년 때 68시간의 정보 수업을 몰아서 듣는다. 1주일에 두 시간꼴이다. 2~3학년은 수업이 없다.


정 교사는 “학교 행사, 공휴일 등을 제외하면 수업 시간은 더 줄어든다”며 “이 정도 수업시간으론 해외 학생들이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기초 수준의 교육밖에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중국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는 컴퓨터 언어인 파이선 학습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코딩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따로 모여 방과후 교실에서 배우는 게 고작이다. 한국정보교사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정 교사는 “백신중은 인공지능(AI) 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돼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이라며 “교사와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선 정보 수업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는 학교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학력이거나 해외 경험이 많은 학부모는 AI·소프트웨어(SW) 교육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정보 수업에 관심이 많다”며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를 해보면 꼭 가르쳤으면 하는 과목에 정보가 항상 1위로 나온다”고 했다.


수능에 나오지 않는데…고교에선 외면


이처럼 몇 년 전부터 학부모, 학생, 정보교사를 중심으로 정보교육 시수 확대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대다수 학교는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의 필수 시간만 편성하고 있다. 100~200시간을 배우는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등에 비하면 ‘맛보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보 수업을 늘리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다른 과목과 충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연간 필수 수업 시간이 초등학교 655시간, 중학교 842시간으로 정해진 상황에서 정보 수업을 늘리려면 수요가 높은 국어 영어 수학 외에 다른 수업 시간을 줄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수업 시간을 축소해야 하는 과목의 교사들이 반발하는 일이 잦다 보니 필수시간만 배정하는 것이다. 사립학교에서 이런 갈등이 특히 심하다는 게 정보교사들의 설명이다.


지난 8월 교육부가 2025년부터 정보교과 수업 시간을 초등학교 34시간, 중학교 68시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수업시수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고교에선 AI·SW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모든 고교 교육과정이 입시에 맞춰진 상황에서 정보 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학생, 학부모들이 시간 낭비로 여기는 탓이다.


미국은 고교 졸업 요건과 대학 입학 요건에 SW 교육 이수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공립고교의 절반 이상이 컴퓨터과학 관련 기초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네바다주 아칸소주는 컴퓨터과학을 고교 필수 졸업 요건으로 채택했다. 캘리포니아주 애리조나주 텍사스주 워싱턴주 등 21개 주는 대학 입학 요건으로 컴퓨터과학 수업 이수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처럼 고교 교육과정에 필수과목으로 정보 과목을 두고, 대학 입시에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영국은 2014년부터 교과과정을 개정해 정보 과목이 영어 수학 레벨로 올라갔고 11년간 필수로 가르친다”며 “영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초3부터 고1까지 8년 정도는 매주 한 시간 이상 교육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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