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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시론] 꼭 배워야 할 것이 바뀌고 있다.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 전 총장



국민의 큰 관심을 받으며 지난달 발사된 누리호보다 64년 앞서 1957년 옛 소련은 스푸트니크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진입시켰다. 소련이 성공한 인류의 첫 인공위성에 미국은 경악했다. 우주에서 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는 기술을 소련이 확보했다는 공포는 물론이고 기술 경쟁에서 패배했다는 손상된 자존심은 대대적인 개혁을 추동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미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했고, 의회는 국가방위교육법을 통과시켰다. 수학·과학 교육을 강화했다. 미적분이라는 과목을 고교에서 가르친 것도 이때부터였다.


미국의 선택은 옳았다. 수학·과학 교육의 강화는 미국을 세계 최고의 우주 강국으로 거듭나도록 했다. 소련보다 앞서 달 착륙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과학기술 혁신으로 지금까지 줄곧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교육이 미래였던 셈이다.



코딩 등 정보기술 교육 확대 필요 내년 교과개정 개편에 반영해야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 상황을 보면 우리 교육에 미래 코드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 후보들 공약에서 교육이 언급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간혹 있더라도 등록금 면제 등 포퓰리즘만 남발하고 있다. 빨리 달릴수록 멀리 보아야 하건만, 눈 감고 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시대를 이끄는 과학자를 길러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먹거리를 창조하는 창업자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국민에게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미래지향적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교육의 핵심이 초·중·고에서 코딩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다.


20세기가 수학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컴퓨테이션의 시대다. 20세기의 과학은 아인슈타인처럼 수학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해 자연과 우주의 신비를 풀었다. 유전자 등의 생명현상, 인간의 뇌,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21세기에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는 수학으로 다가갈 수 없는 세계다. 이런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학자를 길러 내기 위해서는 수학·과학 이외에 정보기술 교육이 필수다.


21세기 들어 거대한 부를 축적한 창업가들은 모두 정보기술 분야에서 생겨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혁신적 테크놀로지가 출현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메타버스·블록체인·코인 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먼저 포착한다. 미래 먹거리를 키우기 위해서도 정보기술 교육은 필수적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평범한 사람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것이 정보기술 교육이다. 컴퓨팅 사고력 교육은 언어교육과 비슷하다. 읽기와 쓰기를 공부한다고 모두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듯 정보기술 교육을 받는다고 모두가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기술 언어를 배운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된 시대가 왔을 뿐이다.


그렇기에 선진국에서는 초등부터 고교에 이르기까지 의무적으로 컴퓨터와 코딩을 가르친다. 영국에서는 초·중·고 과정에서 374시간을, 미국에서는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략 410시간을 투입한다.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초·중학교에서 51시간을, 고교에서는 그나마 자율적으로 정보기술 과목을 택하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의 6분의 1도 안 되는 빈약한 정보기술 교육을 하는 나라의 국제 경쟁력이 걱정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야생마에 올라타서 원하는 방향으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은 어렸을 때부터 키워줘야 한다. 다행히 내년에 교과과정 개편이 예고돼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 20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분기점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익집단의 압력에 밀려 정보기술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 미래 사회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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