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광형의 퍼스펙티브] 초·중·고 정보 교육…미·일은 400시간 이상, 한국은 5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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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메타버스는 미래 생활·사고방식 규정하는 문화적 제품

이를 잘 만드는 인재 양성하는 국가가 미래 주도할 전망

한국의 초·중·고 정보 교육 시간은 선진국에 크게 밑돌아

초·중등 교육과정 개편 때 미래 위한 정보 교육 대폭 늘려야



후손들이 당당하게 살게 하려면


고향이란 무엇인가? 사전을 찾아보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 나와 있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함께 구슬치기 놀이가 생각나고 딱지치기, 고무줄놀이하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고향일 뿐 다른 사람의 고향은 다르다.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고향을 가지고 있다. 고향뿐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기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 게임을 잘하는 10대 청소년에게 고향이란 단어를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고향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에란겔·사녹이라고 답했다. 이것은 배틀그라운드 게임에 나오는 놀이터이다. 이 청소년의 마음속에는 이런 게임 속 놀이터가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처음에는 놀라웠지만,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되었다. 요즘 청소년들이 놀고 있는 곳은 사이버 세상이다. 사이버 세상에서 놀기 때문에 정겹고 기억나는 곳도 사이버 세상 속에 있다.


2045년 인간 수준 지능 가진 AI 탄생


현실과 같은 사회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사이버 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른다. 메타버스가 일반화되면 현실과 사이버 세상의 구별이 없어지고, 우리 인간은 두 세상을 구별 없이 넘나들며 생활하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 세상에는 친구·놀이터·학교·영화·가수 등이 존재할 것이다. 현재 게임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친구를 사귀고 노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제 아바타 가수가 데뷔하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 어린이의 고향은 사이버 세상 속에 있다. 게임을 하며 자라는 아이의 머릿속에는 게임을 만든 사람의 사상이 서서히 주입된다. 천만다행으로 이 어린이들이 즐기는 게임은 대부분 한국인이 만든 것이다. 어린이들의 고향은 한국인이 만든 것이라는 말이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시작되었다. 2045년쯤에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AI가 태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 시기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 부른다. 이때가 되면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하던 인간의 위상에 변화가 올 것이다. 현재는 인간 사이의 협력이 중요하지만, 특이점 시대에는 인간과 AI의 협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인간 혼자 일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인간과 AI가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AI를 잘 이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인정받아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AI를 이해한다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2017년 중국에서 역사적인 복식 바둑 시합이 있었다. 2인씩 편을 짜서 시합하는데, A팀에는 구리 9단과 알파고, B팀에는 렌샤오 8단과 알파고가 편을 먹었다. 양 팀의 알파고는 동일한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사람은 구리 9단이 있는 A팀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B팀이 이긴 것이다. 예상 밖 결과에 사람들이 놀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단체로 하는 일은 개인기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중요하다. 복식 탁구나 복식 테니스에서는 혼자 잘하는 것보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AI 복식 바둑은 미래 인간이 어떻게 AI와 공존하며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메타버스는 미래 인간 사고에 영향


주요 국가별 정보 교육 시간

미래의 주인공은 AI와 메타버스를 만드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인간이 협력해야 할 대상인 AI를 만들고 생활 공간인 메타버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상상력은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미래 인간의 사고 작용에 영향을 준다. 바꾸어 말하면 어린이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 사상을 지배하게 되고 결국 인간 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자칫 AI와 메타버스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남이 만들어 놓은 제품을 사서 잘 사용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은 이런 제품을 잘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는 이것들을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


AI와 메타버스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을 규정하는 문화적인 제품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사용하면 비싼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상까지 지배받게 된다. 다시 말해서 어린이에게 메타버스 고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나라만이 자주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후손을 길러낼 수 있다.


초·중등 정보 교육이 미래 결정


현재 교육부에서는 2025년부터 적용될 초·중등 학교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개편될 교육과정을 적용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활동하게 될 시점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시점은 2040~2050년이 된다. 이때는 특이점 시대다. AI와 메타버스를 자주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 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 학생들은 초중등 기간 200시간 이상을 공부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51시간에 머무르고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를 이렇게 해서는 자주적인 국가 산업과 문화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100여년 전 세상의 변화에 눈감고 쇄국하던 악몽이 떠오른다. 우리 자손들이 특이점 시대에 어깨 펴고 살 수 있도록, 초·중·고교의 정보 교육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 주기 바란다.


대학 입시에 정보 교육 포함해야 하는 이유


역사는 역시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100여 년 전 외국 문물 수용 여부를 놓고 벌이던 논쟁이 지금 초·중등학교 정보 교육 강화 여부를 놓고 벌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기득권 때문에 미래를 희생시키려는 ‘21세기 위정척사파’들이 많아서 걱정이다. 21세기에도 미래 대응력이 가장 앞선 나라는 역시 영국·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다. 영국은 1999년부터 초·중등학교에서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기 시작하여 현재 374시간을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미국은 2003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대부분의 주에서 컴퓨터 교육을 416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일본은 초등학교의 정보 활용 과목 280시간을 포함하여 초·중등학교에서 총 405시간을 가르치고 있다. 2025년부터는 대입 공통 과목에 포함할 계획이다. 심지어 중국도 베이징 학생을 기준으로 할 때 212시간을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고작 51시간을 필수로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실과 시간에 17시간을 배우게 되어 있다. 중학교에서는 정보 시간에 34시간이 필수가 되어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선택으로 되어 있고 대학 입시에 나오지 않아, 있으나 마나 하는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전환기를 살아야 할 우리 자손들의 미래가 암담하다. 정보 교육을 독립된 과목으로 편성하고 시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 특히 고등학교에서 강화하고 일본처럼 대학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 교사를 양성하고 실습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보 교과를 넣으려면 다른 것을 빼야 하니 어렵다고 말한다. 필자는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현대 사회를 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지식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필수 교육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가르칠 교사가 없으니 안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교육 시간을 단계별로 늘려가면서 교사를 양성하면 된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정보교육을 독립 과목으로 하지 말고, 기존 과목과 융합하여 가르치자고 한다. 이 또한 말이 안 된다. 융합이란 각 과목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 초·중등 교과과정을 편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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