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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교육과정 개편과 소외된 컴퓨터 교육


세계가 디지털 전환 중인데 초·중·고교 컴퓨터 교육시간 담당교사 부족은 참사 수준 교과과정 활발하게 논의 사태 심각성 좀 더 알려야


내년에 초·중·고 교과과정 개편이 있다. 이번 개편안이 확정되면 2016년 개편 후 9년 만인 2025년부터 시행된다. 2025년 초·중·고교생들이 대학을 가고 사회에 배출되는 시기를 고려하면 2030년 무렵부터 20여 년간 영향을 미친다.


이번 개편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향후 20년은 최근 20년과는 그 무게가 다르다. 2016년 개편에서 컴퓨터 관련한 수요를 체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바람에 국가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25~29세의 실업자 비중이 2012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8%가 안 되지만 실업자 중 21%를 넘는다. 대학 졸업 직후의 일자리와 상관 있는 이 수치는 국가의 교육 공급 구조와 관련이 깊다. 이런데도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는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공급 참사 수준이다. 그 덕분에 컴퓨터 인력들은 연봉이 대폭 인상되고 있다. 수요에 맞춰 공급을 충분히 늘렸으면 실업률은 낮아지고 국가 국내총생산(GDP)은 지금보다 더 커졌을 것이다. 이 현상은 당사자인 청년들의 잘못이 아니다. 공급 정책을 정하는 교육 당국에 가장 큰 책임이 있고, 대학에 그다음 정도의 책임이 있다.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컴퓨터 분야를 바라보는 당국의 시각은 대학 교육과 정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학교, 전공, 기업을 가리지 않고 디지털 대전환 중이다. 미국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올해 말이면 전 세계적으로 지식 노동의 51%가 원격으로 이뤄질 것이라 했다. 2년 전에는 이 비율이 27%였다. 이 수치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이런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거나 뒤처져 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교수, 교사들이 비자발적 원격 노동자가 됐다. 팬데믹이 수그러들어도 이 트렌드는 일부만 돌아갈 것이다.


컴퓨터과학은 지난날 수학이 그랬던 것처럼 서비스 학문이 돼 가고 있다. 여건이 안 된 상태에서 엉겁결에 대학의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필자가 지난 학기에 강의한 컴퓨터 전공 과목인 '자료구조'는 무려 230명이 수강 신청을 했는데, 그중 컴퓨터공학부 소속은 46명이었다.


초·중·고 컴퓨터 교육의 현실적 핵심은 수업 시수와 교원 공급이다. 현재 전국 중학교 수 대비 컴퓨터(정보) 담당 교사 수가 50%가 안 된다. 학교당 0.5명이 안 된다. 이 와중에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린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감소해서 2026년부터는 사범대 출신만 중·고교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3분의 2 정도가 사범대 출신으로 임용된다. 중·고교 컴퓨터 담당 교사는 턱없이 부족한데 전국 사범 계열 대학 61개 중 컴퓨터교육과가 있는 곳은 여덟 군데밖에 없다. 수도권 대학에는 한 군데도 없다. 이런 상황인 사범대에서 컴퓨터 담당 교사 수요를 맞춰 낼 수 있겠는가. 품질은 차마 논할 상황도 아니다.


현재 초등학교 과정은 전 학년을 통틀어 컴퓨터 교육이 17시간밖에 없다. 6년으로 나누면 4개월에 1시간짜리 수업 한 번이다. 전체의 0.29%다. 그러면서 교육 목표는 '문제해결 과정, 알고리즘, 프로그래밍 체험, 정보윤리 함양'이라고 근사하게 써놓았다. 중학교는 전체의 1%다. 참고로 국어 13%, 사회역사도덕 15%, 수학 11%다. 고등학교는 선택과목으로 64시간이 배정돼 있는데 독립 과목이 아니라 기술·가정에 포함돼 있다. 컴퓨터 교육을 기술·가정의 일부로 봐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지난 개편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과학기술한림원, 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정보과학회 등에서 포럼 등을 통해 활발히 논의 중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좀 더 알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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