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업이 AI로 가는데 컴퓨터 가르칠 교사가 없어 설상가상 교직과목이수 통해 컴퓨터 교사될 길도 막아버려 물꼬 트려면 규제부터 풀어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상상한 것 이상의 산출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바둑, 화상·영상 인식, 번역 등에서는 놀라운 수준에 이르렀다. 고객의 취향 예측과 추천 부분에서는 이미 돈을 쓸어 담고 있다.
거의 모든 산업에 컴퓨터에 기반한 문제 해결과 AI 이슈가 발생한다. 컴퓨터 전공자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25~29세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데 컴퓨터 분야는 역사적인 인력 공급절벽 상태다. 이 현상과 바로 연결되는 것이 대학 정원이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대학 정원 체계로 인해 기업과 졸업생들이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컴퓨터 교육은 파행 상태다. 김대중정부 시절 초·중·고에서 주당 한 시간 이상 컴퓨터 관련 교과목 이수를 의무화했다. 그 결과 2005년에는 컴퓨터교육학과가 18곳으로 늘었다. 'IT는 일자리를 줄이는 산업'이라던 이명박정부에서 2008년 컴퓨터 교육 의무화를 폐지했고 현재 컴퓨터교육학과는 9곳만 남았다. 2015년엔 교육과정을 개편했는데 미국,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가 컴퓨터 교육을 강화하는 와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컴퓨터 과목의 수업 시수도 턱없이 부족하고, 교사도 턱없이 모자란 파행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 2026년부터는 사범대 출신만 중·고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 교직 과목 이수를 통해 컴퓨터 교사가 될 수 있는 트랙도 막아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과정개편위원회의 책임 있는 분들에게서 이런 요지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읽고 쓰기가 국어 과목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 능력은 수학, 과학, 사회 등 다른 분야에서도 다 필요하다. 컴퓨터 과목을 독립 과목으로 두지 않고 기존 교사들을 단기 교육해서 컴퓨터 교육을 하게 하면 어떤가?"
다른 과목에서 컴퓨터 분야의 문제 해결 사고가 필요하니까 융합을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다만 컴퓨팅적 사고가 컴퓨터 과목의 전유물이 아니니 독립적인 과목으로 설정하지 않고 수학과 같은 기존 과목에서 확장 담당하는 방향이라면 컴퓨터과학의 학문적 구조를 너무 단순하게 본 것이다. 컴퓨터과학은 특유의 추상적 체계를 갖고 있고,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의 코어를 쌓지 않은 교사가 단기 교육으로 커버하는 것은 무리다.
초·중·고에서 많은 내용을 가르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르칠 내용만 단기간 교육받아서 가르치지는 못한다. 영어 비전공자가 강의할 문장을 공부해서 해석했다고 영어 강의가 제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것을 가르칠수록 교사의 지적 체계는 단순하지 않고 주변 근육을 충분히 갖고 있어야 한다.
컴퓨터과학은 지금 영어, 국어, 수학 같은 어떤 서비스 과목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기초를 필요로 하는 초서비스 과목으로 갑작스럽게 전환하고 있다. 기초 정도 안다고 기초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서비스 과목일수록 해당 과목의 독립성은 더 강화하고 교사나 교수의 수도 늘어나야 한다. 이런 결과로 영어, 국어, 수학 등은 소속 단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교수진을 보유한 그룹에 속한다. 과목의 독립성 없는 융합 시도는 과목을 비빔밥에 더하는 나물 한 가지 정도로 전락시킨다. 지금 시대가 컴퓨터 교육을 비빔밥의 나물로 취급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힌 제도를 개선할 수 없으면, 규정을 최소화하고 재량권을 늘려주는 것은 어떤가? 자생적 정보교육 모델을 만드는 중학교, 입시에 컴퓨터를 선택 과목으로 포함하는 대학이 나오면 물꼬라도 트이지 않을까? 지금처럼 대학 정원과 초·중·고 교육과정을 교육부가 다 틀어쥐고 있는 한 변화는 느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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